'죽음의 섬유' 석면에 무방비 노출

기산협 보도자료

'죽음의 섬유' 석면에 무방비 노출

기산협 0 4335
"많은 나라들이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 를 내리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실효성 없는 법조문 몇 개 만들어놓고는 아예 석면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국내 석면의 사용.처리 실태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 인 환경노동위원회 조정식(趙正湜.열린우리당) 의원은 6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렇게 개탄했다.

노동부와 환경부 공무원, 전문가, 처리업자 등의 얘기를 들어보면 조 의원의 이 런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남원 교수에 따르면 석면은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이 제시한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것이 확실한 1급 발암물질' 27가지 중 하나다.

국내에서 유일한 대중용 석면 관련 서적인 `석면이란 무엇인가'를 쓴 구기주씨 는 "석면이 무서운 것은 석면 가루를 조금만 마셔도 암을 일으킬 위험이 있고 흡입 해도 자각증상이 없고 잠복기간도 8∼10년, 길게는 30∼40년으로 아주 길기 때문"이 라고 말한다. 그래서 석면은 '죽음의 섬유'나 '조용한 살인자'라고 불린다.

물론 석면의 위험성은 사람에 따라 다르고 많이 마실수록 암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할 수 있지만 '안전농도'는 없다는 것.

담배를 오래 피워도 폐암에 걸리지 않을 수 있지만 잠깐 피운 사람은 걸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석면은 주로 언제, 어디에 사용됐을까?

70년대 새마을운동의 핵심은 농촌 지붕을 슬레이트로 개량하는 것이었다. 지금 은 대체 물질이 개발돼 사정이 바뀌었다지만 석면이 함유된 대표적 제품이 바로 슬 레이트나 석고보드였다. 최근까지도 농촌에서는 슬레이트 판 위에 고기를 구워먹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또 천장 마감재로 쓰이는 이른바 '텍스'나 헤어드라이어기 등에도 이전에는 석 면이 많이 사용됐다.

유럽 국가들은 80-90년대 석면 등을 전면 금지했고 유럽과 미국에서는 최근 석면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으로 몇 년째 떠들썩하다. 일본도 지난 1일 사실상 사용.제 조 등을 전면 금지했다.

반면 한국 정부가 석면 중 발암성이 가장 강한 청석면과 갈석면의 사용.제조를 금지한 것은 97년이었고 전세계 석면 상업 유통량의 94%를 차지한다는 백석면(온석 면.크리소타일)은 지금도 국내에서는 사용이 허용돼있고 전량 수입한다.

조 의원에 따르면 백석면 연간 수입량이 2만2천여t이 넘고 석면시멘트 등의 쉬 트나 타일까지 포함하면 4만여t에 이르는데 이중 82% 가량이 건축자재로, 11% 가량 은 브레이크 라이닝 등 자동차부품으로, 5% 가량은 섬유제품으로 각각 사용된다.

하지만 조 의원의 추정일 뿐 사실은 아무도 실제 수입량과 사용량이 얼마나 되 고 어떻게 가공돼 어디에 사용되는지 정확히 모르는 게 우리 실정이다.

게다가 심각한 것은 20-30년 간 사용된 건축물이 최근 광범위하게 철거되거나 리모델링되고 있다는 것. 97년 이전에는 석면이 별다른 제한 없이 사용됐기 때문에 청석면이나 갈석면도 새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2000년대 들어 주한미군 부대나 지하철 내 석면이 크게 문제되자 정부는 서둘러 산업안전보건법을 정비했고 지난해 7월부터는 석면이 사용된 건축물을 해체하거나 철거할 때에는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어떤 건축물에 석면이 얼마나 사용됐는지 누구도 모르고 철거업자가 스스로 알 아내서 자진신고하기 전에는 허가신청서도 법률도 종이쪽지일 뿐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268명밖에 안되는데 석면을 어떻게 관리 하겠느냐"고 말했다.

석면 사용이 점차 제한되는 만큼 앞으로는 폐기물 처리가 문제인데 이 또한 엉 망이다.

환경부는 아기들에게 아토피나 천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새집증후군'에는 정성 을 쏟고 있지만 1급 발암물질인 석면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현행 법은 고형화된, 즉 굳은 상태인 폐석면은 다른 건설폐기물에 섞어 버리도 록 해놓고는 석면 먼지는 고형화처리하도록 해놓았다.

예를 들어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나 석고보드가 부서지기 전에는 건설폐기물에 섞어 수도권매립장에 묻어도 되지만 그 과정에서 부서져 먼지가 날리기라도 하면 그 먼지를 수거해서 고형화처리해야하는 셈.

정부는 뒤늦게 환경부와 노동부 합동으로 선진국 사례와 전국적인 수입.사용.폐 기 실태를 조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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