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한 번 당하면 누구나 박사가 된다?
기산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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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05 09:23
노동자들이 근로복지공단의 요양관리제도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금속산업연맹광주전남본부와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를 비롯한 노동자 100여명은 3일 오후 3시 근로복지공단 광주전남본부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갖고 “노동자를 위해 일해야 할 근로복지공단이 오히려 법 위에 군림해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빼앗고 있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보험 업무를 관할하는 근로복지공단은 그동안 산재요양 판정 등 요양 관리제도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신으로 산재승인 및 보험금 지급 등을 둘러싸고 빈번한 마찰을 빚어왔다.
산재보험제도 잦은 마찰, 산재불승인에 항의 분신기도 사태도
지난달 2일에는 근로복지공단 목포지사가 노동조합 활동 등을 이유로 오천수 금속노조 삼호중공업지회 조합원에 대해 산재요양을 승인하지 않는 것에 항의해, 오씨가 분신을 기도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노동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들을 위해 존재해야 할 근로복지공단이 오히려 투병중인 노동자들에 대해 강제로 치료종결을 종용하고 있다”며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현장으로 복귀하게 돼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고, 다시 병원에 재 요양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작업환경을 고려치 못하고 책상머리에서 판단이 이뤄지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의 자문의 제도 때문에 노동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며 “산재환자의 소명 기회도 없이 행정서류와 자료만으로 산재보험 여부가 결정돼 강제 치료종결과 요양 불승인등의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재 한 번 당하면 노동자 누구나 박사가 된다"
박오열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 사무처장은 “아무 것도 모르던 노동자들도 한번 산재를 당하면 쫓아 다니느라 누구나 박사가 돼 버린다”며 “이는 노동자들을 위해 일해야 할 노동근로복지공단이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확연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박 사무처장은 “더 이상 사후약방문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다치고 죽어간 후의 문제가 아니라, 다치지 않고 죽지 않도록 하는 근무환경을 만들어 내기 위해 근로복지공단부터 개혁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용식 금속산업연맹광주전남본부 본부장 직무대행은 연대사에서 “지난해 10월 26일 이용식 동지가 분신 산화해 갔는데 하마터면 같은 일이 목포에서 발생할 뻔 했다”며 “노동자를 위해 일해야 할 공단이 책상머리에 앉아 자기들 마음대로 산재를 판정해 오고, 치료 종결을 남발하고 있다”고 근로복지공단을 비난했다.
노동자들은 이날 집회에서 ▲노조활동 이유로 불승인 된 삼호중공업 노동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산재승인 ▲자문의 제도 개선 ▲요양급여 산정과 강제치료 종결 남발 중단 등을 촉구했다.
노동계는 IMF이후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부족과 노동강도 강화로 인해 산업재해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산업재해와 직업병 문제를 주요 이슈로 제기해 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삼호중공업, 현대중공업 등에서 직업병의 하나인 근골격계 질환자가 대량 발생, 사회문제화 되기도 했다.
노동계는 지난달 25일 과천 노동부청사 앞에서 규탄투쟁을 벌인데 이어, 민주노총 신임 지도부도 이달 중 방용석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의 면담을 통해 산재, 요양관리제도의 개선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광주전남노동단체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근로복지공단 광주전남본부 앞에서 1인 시위를 갖는 한편 오는 12일 2차 투쟁을 벌이는 등 노동자들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지속적인 투쟁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한편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894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9만4157명이 각종 산업재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사망자수는 289명, 재해자수는 1만2246명이 증가한 것이다.
광주전남지역에서는 지난해 160여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목숨을 잃고, 5,317명이 업무상 재해와 직업병으로 판정을 받는 등, 2002년 대비 20%정도 산업재해가 증가하기도 했다.